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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신림동 고시촌 이야기

by 『Nero』 2009. 4. 2.

나는 서울대학교 앞 신림동에 살고 있다. 기숙사가 별로였기도 했고 혼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기에 2학년때부터 혼자 살기 시작했다. 이게 벌써 4년 전 이야기고 지금은 이곳에서 고시공부를 하고 있다.

매번 7시에 일어나서 1시쯤 잠드는 생활을 몇달 전부터 시작했는데 본격적으로 한 건 3월부터이다. 오늘은 좀 여유있게 일어난 덕분에 집 앞을 한번 찍어봤다. 8시경 찍은 사진인데 근처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학교를 가고 있었다.

아직 자신있게 거리에서 카메라로 뭘 찍는건 힘들어서, 얼른 찍고 들어왔는데, 거리가 무척 음침하게 찍힌 것 같다. 물론 정말 이런 분위기는 아니다. 차라리 아래쪽에 좀 더 가깝다. 사이에 도로가 있고 양 쪽이 다 원룸이 들어서 있는 곳이라, 아침 일찍은 약간 어둡기도 하지만 골목을 따라 내려가면 바로 밝아진다.

카메라를 들고 나간게 오늘 날씨가 참 좋아서인데, 정작 그 날씨를 찍진 않은 것 같다. 여튼, 요즘 다니는 학원은 수강생 수가 많아서 아침에 입실 번호표를 배부한다. 이 때문에 8시까지 학원에 가서 표를 받아 와야 하는데 약 5분 전에 도착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스무 명 정도는 항상 먼저 와 있던 것 같다.

아래가 요즘 내가 다니는 학원이다.

80년대쯤의 센스가 돋보이는 구형 건물에 여러 개의 학원과 점포가 들어서 있다. 대충 2층, 3층, 4층이 학원이고 1층과 지하1층은 식당 및 점포이다. 내가 경제학을 듣는 곳은 저 한림법학원이라는 곳인데, 정작 수업은 좀 더 가면 나오는 별도의 건물에서 한다.


보통 강의를 이백명 정도 듣는 것 같은데, 진짜 별의 별 종류의 사람들이 다 듣는다. 기본적으로 다들 열심히는 하지만, 공부 외의 요소가 각양각색이다. 진짜 저런새끼가 공무원 되면 큰일난다 싶은 애도 있고, 반대인 사람도 있고...

보통 고시촌이라 하면 위와 같은 풍경이 떠오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뉴스에서 보여주는 모습도 저렇고, 마치 달동네의 또 다른 모습을 보는 듯 하다. 일부 저런 면이 없는건 아니지만 저건 진짜 저 윗동네, 구석동네 모습이고, 일반적으로는 대학 앞 원룸촌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다만 그에 더해 고시생의 비중이 높은 곳이라고 할까. 길에 돌아다니면 트레이닝복 입은 사람이 제법 많이 보인다. 나도 독서실이나 학원 갈 땐 그런 차림이고.

전에 친구가 이 동네에 와서 하는 말이, "동네가 왜 이리 회색빛으로 우중충하냐" 였는데, 딱 그런 느낌이 안 들 수가 없다.